《원스 (Once)》는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음악을 매개로 한 남녀의 짧지만 깊은 교감을 그린 뮤직 로맨스 영화다. 2007년 개봉 당시 작은 예산과 무명의 배우, 단순한 촬영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며 독립영화의 전설로 남았다. 특히 주제곡인 ‘Falling Slowly’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고, 이후 이 영화는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는 등 장르를 초월한 감동을 남겼다.
만들어진 계기와 제작 배경
‘원스’는 뮤지션 출신 감독 존 카니(John Carney)의 개인적인 음악과 감정에 대한 경험에서 출발한 영화다. 카니 감독은 “거대한 로맨스가 아닌, 일상의 순간에서 스치는 감정이 주는 울림을 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대규모 예산이나 유명 배우가 아닌, 실제 음악을 삶으로 삼는 뮤지션들이 영화의 감정을 더 진실되게 표현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주인공으로 아일랜드 밴드 '더 프레임스(The Frames)'의 보컬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글렌 한사드(Glen Hansard)를 캐스팅했고, 여주인공에는 체코 출신의 마르케타 이글로바(Markéta Irglová)를 선택했다. 둘은 실제로도 앨범을 함께 제작할 만큼 음악적 동반자였다. 이 영화는 불과 15만 달러(약 2억 원) 미만의 초저예산으로 제작되었으며, 대부분의 장면은 자연광과 핸드헬드 카메라로 촬영되었다. 영화의 음악도 모두 배우들이 직접 작곡하고 연주했으며, 대본마저도 많은 부분이 즉흥적 대화와 실제 감정을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진정성’이라는 무기로 작용했고, 상업적인 포장이 없는 날것의 감정은 관객에게 강한 몰입감과 감동을 전달하게 되었다.
줄거리
영화는 이름도 밝혀지지 않는 거리의 남자(Guy)와 여자(Girl)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다. 남자는 더블린의 거리에서 청소기 수리공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기타를 들고 거리 공연을 하는 뮤지션이다. 과거의 연인과의 이별 후 마음에 상처를 지니고 있지만, 음악으로 감정을 토해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그 앞에 등장한 여자는 체코에서 이민 온 싱글맘으로, 피아노 연주에 능한 음악적 감성을 지닌 인물이다.
여자는 거리 공연 중 남자의 자작곡을 듣고 감동을 받는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말걸고, 우연처럼 시작된 만남은 음악이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점점 깊어진다. 여자는 자신이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며 남자를 데리고 가고, 둘은 처음으로 ‘Falling Slowly’를 함께 연주한다. 이 장면은 영화의 가장 상징적 장면 중 하나로, 두 사람의 감정이 처음으로 교차하는 순간이다.
이후 둘은 함께 데모 CD를 만들기 위해 친구들과 밴드를 꾸리고,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진행한다. 음악을 통해 서로의 내면을 조금씩 알아가며, 그들은 사랑에 가까운 감정과 유대를 느낀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남자는 여전히 옛 연인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고, 여자는 체코에 있는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서로를 향한 감정이 분명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마지막에 남자는 런던으로 떠날 준비를 하며 여자를 초대하지만, 그녀는 끝내 따라가지 않는다. 남자는 그녀에게 피아노를 선물하고 떠나고, 여자는 그 피아노 앞에서 조용히 연주한다. 영화는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서로가 성장하고 위로받았음을 보여주며 잔잔하게 끝을 맺는다.
리뷰 및 해석
‘원스’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감정의 교차점’에 대한 영화다. 이 영화는 사랑의 완성보다 ‘사랑하려 했던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한다. 주인공들은 서로의 삶을 완전히 바꾸지는 않지만, 잠시 머물며 깊은 흔적을 남긴다. 이들의 관계는 미완이기에 더 아름답고,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음악이 대사보다 감정을 더 정확히 전달한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음악은 감정을 고백하고, 관계를 이어주며, 때로는 결심을 다지는 수단이 된다. 특히 ‘If You Want Me’, ‘When Your Mind’s Made Up’ 같은 곡들은 대사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그대로 음악으로 담아낸다. 관객은 마치 그 감정을 함께 느끼고, 노래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의 입장이 되는 듯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비전문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또한 이 영화의 진정성을 더한다.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는 실제로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도 했으며, 영화 속에서의 음악적 교감과 감정선은 매우 현실적이고 자연스럽다. 그들이 연기라기보다는 ‘실제로 살아낸’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또한 이 영화는 로맨틱 판타지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사랑의 불완전성과 현실적인 제약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그렇기에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오히려 깊은 여운을 느끼게 된다.
감동 포인트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는 ‘Falling Slowly’를 처음으로 함께 연주하는 장면이다. 낡은 악기 매장에서 피아노와 기타가 만나고, 낯선 두 사람이 음악으로 소통하는 이 장면은 사랑의 시작이 얼마나 조용히 다가오는지를 보여준다. 대사가 거의 없지만, 눈빛과 멜로디만으로도 감정이 전해진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가 전하는 감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마지막 피아노 선물 장면은 ‘함께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기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상징한다. 그들의 사랑은 완결되지 않았지만, 서로의 인생을 변화시켰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영화는 이처럼 ‘과정으로서의 사랑’을 강조한다.
‘원스’는 결국 ‘한 번의 사랑’, ‘한 번의 기회’, ‘한 번의 만남’을 어떻게 기억하고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사랑이 영원할 수는 없지만, 그 순간이 진심이었다면 그 자체로 가치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수많은 관객의 가슴을 울렸다. 이 영화는 수많은 대사보다, 단 한 곡의 음악이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다.
결론
《원스》는 음악과 감정이 하나 되어 만들어낸 작은 기적과도 같은 영화다. 예산도, 장비도, 유명세도 없었지만, 단지 진심 하나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었을 법한 ‘놓쳤지만 소중했던 관계’, ‘지나갔지만 영원히 기억되는 사람’을 떠오르게 만든다. 간결하지만 깊은 메시지, 현실적이지만 따뜻한 감정, 그리고 진짜 같은 음악.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한 번의 감정’이 얼마나 오래 기억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 한 번’을 영원으로 만드는 영화라 불릴 만하다.